32. 행위언약 안에 있는 인간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럽기도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창 3:6)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확언하기를 모든 인류가 죄의 형벌과 권세, 죽음의 지배, 그리고 하나님의 피할 수 없는 진노 아래에 처하여 있다고 한다(롬 3:9,19, 5:17,21, 1:18~19).  그리고 바울은 그 모든 것이 인류의 조상 아담 한 사람의 죄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롬 5:12~14, 행 17:26).  이것은 창세기 3장에 기록된 인간의 타락과 배교의 역사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사도적 해석이며, 바울의 이 해석 속에는 세 가지 중요한 원리들이 있다.

 

  첫째,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자기 백성들의 대표로 삼으신 것처럼 처음 이간 아담을 그의 모든 후손들의 대표로 삼으셨다(롬 5:15~19, 8:29~30, 9:22~26).  마치 한 국가의 지도자(왕)가 전쟁을 선포했을 때 그의 모든 백성들도 자연히 그 전쟁의 결과에 함께 참여해야 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각 대표들이 선악간에 행한 자신들의 개인적 행위의 열매들을 자신들에게 속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가지도록 정하셨다.

 

  둘째,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고 명령하신 그 적극적 의미는 바로 아담의 절대적 순종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자신의 명령에 대한 순종을 조건으로 처음 인간과 그 후손들에게 영생과 복락의 삶을 약속하셨고(레 18:5, 갈 3:12, 롬 10:5), 그리고 불순종에 대한 형벌로서는 영과 육의 영원한 죽음을 선언하셨다(칭 2:16~17).  이처럼 하나님은 아담의 순종의 행위를 조건으로 낙원에서 모든 인류와 더불어 '언약' 곧 '행위언약'을 맺으셨다.

  물론 창세기에는 '언약'이라는 단ㄴ어가 나오지 않지만 여기서 언약의 모든 요소들, 즉 언약의 당사자들에 대한 규정, 언약의 조건에 대한 언급, 순종에 대한 축복과 불순종에 대한 형벌의 약속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언약'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호 6:7, 롬 5:12~21,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 7장).

 

  셋째,  그러나 뱀(사단)의 미혹(고후 11:3,14, 계 12:9)을 받은 하와에게 이끌린 아담은 그 선악과를 먹음으로 불신과 교만 속에서 하나님을 배반하고, 그 언약을 깨뜨렸다.  그 불순종의 결과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두렵게 하는 죄책과 오염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그의 후손들도 스스로 높아져 하나님을 배척하는 악한 본성을 소유하게 되었다(창 6:5, 롬 3:9~20).  마침내 그들은 저주를 받아 고통과 죽음에 처하게 되고 낙원에서 추방을 당했다.

 

  따라서 본래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이 누렸던 그 모든 본질적인 자질과 능력은 크게 손상되고, 아름다운 관계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변질되었다.  마침내 범죄한 인간들은 참된 하나님을 경배하는 대신에 우상을 섬기게 되었고(롬 1:20~23), 이웃과 자연과의 관계도 사랑보다는 이기심과 탐욕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구원적 자비를 베푸사 그들의 벌거벗음을 가리우기 위해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  그리고 "여자의 후손"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느 날 그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을 약속하셨다(창3:15).

  창세기는 실제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으로서 아담은 족장들과 땅의 모든 백성들에게 이르기까지 연결되어 시공간 역사 속의 실제 인물로서 인류 계보에 나타나있다(창 5,10,11장).  그러나 아담 이후 성경에 모든 주요 인물들이 요셉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런저런 방식으로 죄인으로 나타나 있으며, 그 요셉의 죽음도 예외없이 역사 속에 다른 모든 사람들의 죽음처럼 사실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창 50:22~26).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고전 15:22)라고 한 사도 바울의 말은 창세기가 그토록 분명히 의미하고자 한바를 어느 성경보다 가장 잘 증거해 주고 있다.

 

  창세기의 인간 타락의 기사야말로 세상에서 경험하는 인간 본성의 보편적인 패역에 대한 가장 확실한 설명을 제공해 주고 있다.  파스칼도 원죄의 교리가 인간 이성에 대한 공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그 진리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오늘 전 인류의 상태에 대한 가장 분명한 이해와 총체적 지식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