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인간의 죄

 

죄를 짓는 자마다 불법을 행하나니 죄는 불법이라

(요일 3:4)

 

  '죄'에 대한 가장 단순한 어원적 정의는 '표적을 빗나가는 것'이다.  그 빗나간 표적은 화살들로 가득찬 과녁이 아니고 하나님의 법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법은 하나님 자신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는 것으로써 우리 행위의 궁극적 표준이 된다.  그리고 이 표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 우리는 바로 범죄하게 되는 것이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 3:23)라고 함으로써 그 죄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죄는 교리적으로 "하나님의 법을 순종함에 부족한 것이나 또는 어기는 것"(소교리 문답 제14문)으로 정의되어 왔다.  이 정의는 죄의 중요한 두 가지 의미를 말하고 있다.

  (1)  죄는 하나님의 법에 대한 순종의 부족과 결여를 말한다.  하나님이 요구하신 바대로 이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죄가 되는 것이다.  도둑질하거나 살인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요구하신 경배를 드리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다 지키지 않는 것이 곧 큰 죄가 된다.

 (2) 죄는 하나님의 법을 어기는 것을 말한다.  법을 어긴다는 것은 그 한계선을 넘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죄를 '위반한다'는 말로 표현한다.  우리가 걸어갈 수 없는 곳을 걸어가는 것처럼, 하나님이 금지하시고 허락지 아니한 행위를 할 때 우리는 위법의 죄를 범하게 된다.  금단의 열매를 먹은 아담의 죄가 바로 이 어기는 조의 본보기이다. 

  로마 카톨릭에서는 죄를 '대죄'(大罪)와 '소죄"(小罪)로 나누어 생각한다.  즉 대죄는 영혼 속에 있는 은혜를 소멸하는 죄로서 고해성사를 통하여 새롭게 의롭다 함을 받을 수 있으며, 소죄는 덜 심각한 종류의 죄로서 구원의 은혜를 말살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칼빈은 성경대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죄는 치명적인 악으로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지만,  그 어떤 죄도 오직 믿음에 의한 우리의 의(義)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고 하였다.  즉 한번 받은 구원의 은혜는 결코 소멸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경은 아무리 작은 죄일지라도 본질상 그것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죄를 하나님의 주권적 권위를 찬탈하려는 우주적 반역의 행위와 패역한 시도로 정죄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은 때로 어떤 죄를 다른 죄들보다 더 가증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나님의 공의의 법정에서 죄인들에게 내려질 형벌의 정도가 다른 것처럼 사악함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예수님도 소돔과 고모라의 죄 보다도 더 사악한 두 마을 즉 벳세다와 고라신의 죄를 책망하신 것을 볼 수 있다(마 11:20~24).  성경은 또한 죄를 많이 범하는 만큼 그 죄책도 많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록 야고보가 율법의 한 부분을 범하는 것은 모든 율법을 범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지만(약 2:10), 성경은 각기 모든 범죄마다에 죄책과 형벌이 더하여짐을 말하고 있다.  바울도 의로운 심판의 날에 임할 진노를 점점 더 쌓아가는 악에 대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롬 2:1~11).  우리가 범하는 각 죄가 우리의 죄책을 더하여 갈 뿐 아니라 우리를 하나님의 더 큰 진노에 노출시킨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항상 우리의 죄책이 얽어매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위대하다.

  성경은 죄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심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의 죄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대항하여 범죄할때 우리는 바로 그 하나님의 거룩을 침해하며, 또한 우리가 이웃을 향하여 범죄할 때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을 모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