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인간의 원죄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음이여 모친이 죄 중에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시 51:5)

 

 

오늘날 우리는 죄가 온 세상에 만연해 있음을 보고 있다. 이러한 죄의 보편성의 원인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그 원인이 우리의 악한 사회 환경에 있고, 우리 자신의 본성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죄의 보편성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없으며 또한 비성경적이다. 그 사회가 처음에 어떻게 하여 부패하게 되었는가? 사회가 처음부터 저절로 악해진 것은 아니다. 역시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의 타락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만약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선하고 죄없이 출생한다면, 인류의 최소한 1%정도는 지금도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무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세상에 아직 타락하지 않은 사회와 순수하게 형성되어 온 최소한의 선한 환경도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바대로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열매가 모두 부패하였을 때에는 나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예수님도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내지 않는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내지 않는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모두 나쁜 열매라면, 그 나무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모든 행위의 열매가 악하다면 인간 속에 있는 악함 곧 '원죄'(original sin)가 있음이 분명하다. 성경은 분명히 인류의 조상 아담과 하와가 범죄하였고, 그 결과로 모든 인류가 타락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원죄에 대하여 가르친다(롬 5:15~19, 고전15:22, 롬 3:23). 원죄는 아담과 하와가 범죄한 최초의 원시적인 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그 최초의 죄로 인한 결과인 전 인류의 타락한 신분을 말하는 것이다. 즉 원죄는 아담의 죄가 아니고, 우리가 가지고 태어나는 죄성과 죄책을 말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이 원죄를 성경적으로 다음과 같이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시조들은 사탄의 간계와 시험에 유혹을 받아 금지된 실과를 먹음으로 범죄하였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범한 이 죄를 그의 지혜롭고 거룩한 계획을 따라 기쁘게 허용하셨는데, 이는 그것을 명령하시어 그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기로 이미 계획하셨기 때문이다. 이 죄로 말미암아 그들은 본래의 의(義)를 잃게 되었고, 하나님과의 교통도 끊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죄로 죽게 되었고, 영과 육의 모든 기능들과 기관들이 전적으로 더럽혀지고 말았다. 그들은 온 인류의 시조이기 때문에, 그들이 범한 이 같은 죄책이 모든 후손들에게 전가되었고, 죄로 인한 바로 그 사망과 부패한 성품이 통상적이 출생법에 의하여 그 시조들에게서 후손들에게 유전되었다"(제6장 1~3절)

   

이처럼 성경이 원죄를 말한다고 해서 죄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 본성 속에 본래부터 있었거나(전 7:29), 출산의 광정 속에 스며들어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죄성은 아담 안에서의 출생과 더불어 모든 사람의 특징이 되는 인간의 현실이 되었고, 이러한 내적 죄성은 모든 실제적 범죄의 뿌리와 원천이 되며, 그 타락한 죄성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대표적 머리인 아담으로부터 신비스럽기는 하나 실제적이고도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모든 인류의 대표자 아담은 우리를 대신한 존재로 하나님 앞에 서 있었다. 따라서 행위언약 안에서 대표의 원리를 따라 아담이 넘어졌을 때 우리도 함께 넘어진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그의 반역으로 빚어진 그 결과도 함께 담당해야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담 한 사람의 죄의 책임을 모든 인류에게 동일하게 물으심은 부당하지 않는가? 우리가 스스로 아담을 대표로 삼은 적도 없으며, 우리가 죄를 짓기로 결정한 적도 없지 않는가? 그런데 왜 우리가 죄인으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그러나 사실상 하나님께서 모든 인류와 행위언약을 맺을 때 아담을 우리의 대표로 세우신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와 은혜에 의한 것이다. 왜냐하면, 범죄하기 이전의 아담보다 더 순수하고 온전한 인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모든 인류의 대표로서 강한 책임감과 선을 행하겠다는 선한 동기를 부여하신 가운데 그의 순종을 요구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담은 실패하였고, 언약은 그대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원죄와 관련하여 우리가 여기서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범죄하기 때문에 죄인들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죄에 사로잡힌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원죄를 가진 죄인들이기 때문에 범죄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윗은 탄식하여 부르짖기를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음이여 모친이 죄 중에 나를 잉태하였나이다"(시 51:5)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