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은혜언약 안에 있는 인간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 하신지라

(창 12:1~3)

 

하나님은 아담 안에서 그의 후손들에게 ‘행위언약’을 통하여 개인적인 완전한 순종을 조건으로 하는 영생을 약속하셨다. 그러나 타락으로 말미암아 모든 인간은 그 언약의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전적인 부패와 무능 가운데 처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은혜 언약’이라고 하는 ‘새 언약’을 세워 새로운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간과 더불어 은혜언약을 맺으시기 전에 삼위(三位)사이에 먼저 인간구원을 위한 협약 (‘구속언약’ 또는 ‘평화의 의논’, 슥 6:13)이 있었다. 즉 성부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아들을 주실 것을 약속하셨고(요 3:16, 요 17:2,6, 골 2:9, 히 9:24, 마 28:18), 성자 하나님께서는 성육신하여 자신의 생명을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속물로 주실 것을 승낙하셨다(요 10:17~18, 갈 4:4, 히 10:7~9, 빌 2:8). 그리고 성령 하나님께서는 성부께서 선택하셨던 자들에게 구속을 실제적으로 적용하실 것을 약속하셨다(롬 8:9,14,16, 요 14:16~17.26, 요 16:13~15). 이러한 ‘구속 언약’에 기초하여 하나님은 자기 백성과 ‘은혜언약’을 체결하신 것이다.

은혜 언약의 당사자들은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하실 백성들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한 언약의 조건을 다 성취하심으로써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케 하시는 은혜언약의 중보자로서의 특별한 사역을 담당하시다(딤전 2:5, 히 8:6, 9:15, 12:24).

 

은혜언약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요구)은 구속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믿음(롬 1:17, 5:1)이다. 메시아의 구속사역에 대한 이러한 믿음의 요구는 바울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경우를 통하여 분명히 제시한대로(롬 4:1~5) 구약에서 언약의 축복을 소유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였다. 아브라함을 위시한 모든 구약의 성도들은 장차 오실 메시아의 구속사역을 믿음 안에서 바라봄으로 구원을 받았다.

이처럼 언약의 삶을 시작하는 저건은 언제나 오직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신앙이지만, 그러나 그 언약의 삶을 계속하는 조건은 새 생명의 원리를 따라 하나님의 명령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순수하다고 하면 그 믿음은 순종을 가져오기 마련이며(약 2:17), 그리스도에 대한 순종은 신약에서 우리가 참 신자이며 새 언약의 호원이라는 필연적인 증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요일 2:4~6).

 

은혜언약에 근거한 축복의 약속은 하나님 안에 있는 영원한 생명의 약속이다. 이 약속은 신·구약 속에 반복하여 나타나는 “나는 너희와 너희 후손들의 하나님이 되리라”(창 17:7, 렘 31:33, 32:38~40, 겔 34:30~31, 36:28, 37:26~27, 고후 6:16, 벧전 2:9~10, 계 21:3)는 말씀에 내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새 언약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영원한 언약”(히 13:20)이며, 이 언약을 통하여 우리는 영원히 하나님과 교제하게 될 것이며, 또한 그는 실로 우리의 하나님이 되시고 우리는 영원히 그의 백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약속에는 현재적인 복, 칭의, 하나님의 영, 영생하며 누리는 영화의 약속 등과 같은 모든 약속들이 포함되어 있다(욥 19:25~27, 시 16:11, 사 43:25, 갈 4:4~6, 딛 3:7, 히 11:7, 약 2:5).

 

구약에서 은혜언약의 관계를 시작하는 외적인 표는 ‘할례’였고, 그것이 신약에서는 ‘세례’이며, 그리고 그 언약의 관계를 계속하는 표는 ‘성찬’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은혜언약’으로 부르는 것은 이 언약이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의 열매와 표현이며 구원하시는 그 백성들을 향한 과분한 사랑과 호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은혜 언약을 올바로 이해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구속하시는 사랑의 그 모든 경이로운 일들을 믿음으로 바라보면서 깊은 감사와 찬양의 자리에 나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