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변화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저의 앞에서 변형되사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심히 희어졌더라 이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저희에게 나타나 

예수로 더불어 말씀하거늘 (막 9:2~4)  

 

  예수님은 높은 산에서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이 목격하고 그 후에 증거(마 17:9, 벧후 1:16~18, 요 1:14)할 수 있도록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눅9:29)를 발하는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형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의 영광스러움을 나타내시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 '변화'(헬:metamorposis)의 어원적 의미는 나방의 한 유충이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과정에서의 형태의 변화를 말한다. 신인 양성을 가진 주님께서 기도하시는 중에 자연에서 초자연으로 또한 인성에서 신성으로 선(장애물)을 건너뛰듯이 차원의 경계를 가로질러 하나님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신 것을 순간적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예수님의 용모가 변화될 때 옷을 통하여 예수님으로부터 나온 그 광채는 그의 신성을 보여주는 가시적 현시(顯示)였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 볼 때 장차 일어날 일을 미리 맛보는 순간이었다. 즉 예수님의 지상생애의 특징인 신성을 감추시는데서 장차 재림하실 때 우리가 바라보게 될 그 영광스런 출현으로 변화되신 것이다. 그 순간적인 변화는 또한 부활의 날에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케 하시리라"(빌 3:20~21)는 그 놀라운 은혜의 사실을 미리 보여주신 변화였다.

 예수님의 이러한 영광의 모습과 십계명을 가지고 시내산으로부터 돌아온 모세의 빛나는 얼굴 사이에는 서로 닮은 점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모세의 얼굴은 반사된 영광이 빛나고 있었지만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용모에 나타난 그 영광은 바로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히 1:3)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는 나의 아들"이라는 구름 속으로부터 들려온 소리는 그 변화의 모습이 이미 보여준 예수님의 그 영광스러운 신분을 다시 한번 더 확증해 주었다(눅 9:35).

 이 "변화"는 동시에 하나님의 왕국에 대한 계시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제는 하나님의 왕국을 "메시야의 왕국"과 "하나님의 예언된 구세주 - 왕"의 관점에서 정의하게 되었다. 변화산의 예수님과 함께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는 율볍과 예수님에 대한 선지자들의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눅 9:31, 헬:exodos)을 말씀하셨을 때, 그것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승천을 의미하셨음이 틀림없다. 그것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는 방법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모세가 이끌어 낸 애굽으로부터의 '엑소도스'(출애굽)가 이스라엘을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처럼 자기 백성들을 구원하시는 방법이었다.

 빛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변화는 그리스도인들이 장차 새 예루살렘성에서 경험하게 될 것과 유사하다. 요한은 하늘의 그 도성에는 해와 달의 비칌이 쓸데없을 것이며 "하나님의 영광이 비취고 어린양이 그 들이 되심이라"(계 21:23)고 하였다(계 1:16). 그리고 요한은 "그의 얼굴을 볼 터이요, 그의 이름도 저희 이마에 있으리라. 다시 밤이 없겠고 등불과 햇빛이 쓸데없으니 이는 주 하나님이 저희에게 비취심이라 저희가 세세토록 왕 노릇하리로다"(계22:4~5)라고 하였다.

 변화산에서 그 영광스러운 변화가 있은 후 예수님은 자신의 영광을 가리우시고 그 산에서 내려와 자기 백성을 섬기며 구원하시기 위해 다시 갈보리산을 향하는 고난의 길을 계속 걸어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