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회심: 회개와 신앙

유대인과 헬라인들에게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증거 한 것이라.

(행 20:21)

 

 

‘회심’(回心, conversion)은 중생과 더불어 죄로부터 돌아서는 회개와 그리스도에게로 나아가는 신앙의 행위를 포함하는 전인격적인 변화를 말한다. 이처럼 회심은 중생에 뒤따라 일어난다. 하나님께서 먼저 거듭나게 하시고 따라서 죄인은 회개하고 믿게 된 것이다. 회개와 신앙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지 어느 하나가 앞서거나 뒤서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하나의 동일한 사건의 적극적인 그리고 소극적인 국면으로서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행 20:21).

 

 회개는 자신의 죄로부터 돌아서게 되는 회심에서의 소극적인 국면을 말한다. 참된 회개란 자신의 죄에 대해 통회의 마음을 갖고 그것으로부터 돌아설 결심을 하는 것이다(행 8:22, 히6:1, 고후 12:21),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하나님께 죄를 지어 끼친 상처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죄를 심히 슬퍼하는 것을 말한다. 이 슬픔은 죄를 미워하고 그 죄와 완전히 단절하려는 진실한 소원이 동반되는 슬픔이다. 또한 참된 회개는 그 열매로서 변화된 삶을 가져오며, 마침내 우리를 하나님께로 온전히 나아가게 한다(행 26:20, 벧전 2:25). 만일 참된 회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죄의 권세로부터 구원받은 사실에 대한 참된 깨달음도 없을 것이며, 하나님을 향한 참된 헌신과 깊이있는 신앙도 결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회개는 구원의 필수 불가결의 요소로서 기독교 복음의 핵심 내용이다. 그래서 회개는 예수님과 사도들의 설교에서 항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이다(마 3:2, 4:17, 눅 24:46~47, 행 17:30, 26:20).

 

 신앙은 그리스도에게로 나아가 그의 약속과 사역을 붙잡는 회심에서의 적극적인 국면을 말한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필요한 신앙은 진리에 동의하는 요소와 하나님을 신뢰하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날 교회사에 때때로 신앙의 한 요소만을 너무 강조함으로써 다른 요소가 다소 무시되는 경우가 있었다. 구원에 이르는 신앙은 복음의 사실에 대한 지적인 동의에만 머물지 않고 그리스도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복종으로 이어진다.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부르실 때,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하신 후에 연이어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마 11:28~29)고 하셨다.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은 그의 멍에를 메고 그의 지도와 인도를 따르고, 그로부터 배우며 순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우리가 그와 같이 전적으로 우리자신을 맡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실상 그를 온전히 신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Savior)로서만 아니라 ‘주’(Load)로서 영접하여 복종하는 신앙이어야 한다.

 

 회심은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인간의 반응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 있으나 사실 회개와 신앙도 근본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물이다(행 5:31, 2:38, 요 6:44, 6:37,48, 16:8~11). 그리고 회개와 신앙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시작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삶의 과정에 계속되는 태도이다. 그리스도인은 평생토록 죄가 자신에게 도전해오는만큼 계속해서 그 죄로부터 돌아서야 한다(마 6:12, 계 3:19, 고후 7:10). 하나님 앞에서 이러한 자아와 죄에 대한 매일의 죽음은 우리 신앙의 성숙과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표지이다.

   

 그리고 신앙에 대해서 사도바울이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고 한 것은 그 세 가지 중의 믿음도 이 세상 삶의 전 과정에서 계속되어야 함을 말한 것이다. 만약 신앙이 우리의 필요를 공급받기 위하여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도 아니 영원토록 이 믿음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