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계명 : 거짓 증거하지 말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

(출 20:16)

 

제9계명은 기본적으로 법정에서 재판하는 일과 관련하여 이웃을 거짓증거로부터 보호하고 법의 운용을 안전하게 보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거짓증언을 통한 억울한 정죄의 위협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며, 진실만을 말하는 성실한 증언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법정과 법의 운영은 불가능해질 것이다(출23:1,2,6,18:21,신16:19). 이처럼 제9계명은 법정에서 하는 위증과 관련된다.

그러나 이 계명은 법정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이 계명이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혀로 말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웃의 명예가 억울하게 손상받지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접적인 거짓말은 아닐지라도 온갖 형태의 악평과 중상모략, 고의적인 과장과 왜곡, 불의한 아부와 침묵의 동조 등도 실제로 거짓말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이와 같이 제9계명은 악의로 이웃을 속이지 말 것과 사실이 아닌 말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계명이다.

 

거짓말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1) 사실과는 반대로 타인을 기만하여 오도하는 경우와 2) 사실과는 부합하나 불의한 목적으로 전도된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경우, 그리고 3) 이웃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없는 사실을 날조해 내는 경우들이다. 이러한 거짓말을 하는 주된 이유는 인간 타락의 결과로서 이웃을 부당하게 해치기 위한 악의와 이웃을 이용하여 자기를 높이려는 교만에 있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정체와 속셈을 감추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공포, 경멸, 복수, 기만, 협잡, 아첨 등도 모두 거짓말을 야기시키는 또 하나의 동기가 된다. 사실상 어떤 형태의 거짓말은 편의상 보편화되어 버린 것도 있다. 이러한 거짓말을 통하여 우리는 이웃을 모욕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진실치 못함으로 인해 하나님께 모욕을 가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진리와 함께 기뻐하시며(고전 13:6,시 51:6) 거짓을 싫어하신다(사65:16,요14:6, 잠6:16~19). 거짓은 진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요일2:21), 모든 거짓의 아비는 사탄이라고 하였다(요8:44). 따라서 우리는 “거짓말을 좋아하며 지어내는 자마다 서(하나님의 도성)밖에 있으리라”(계22:15,21:8,27)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제 9계명의 적극적인 표현의 말은 “이웃으로 더불어 진실을 말하라”(슥8:16)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실만을 말하고자 할 때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웃의 선을 추구하는 사랑이 우리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만들 경우, 즉 진실을 말하면 이웃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다 줄 경우에도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라합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악의로 남을 기만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사실이 아닌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실이 아닌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을 한 것은 분명히 이웃의 생명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제6계명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경우에 하나님은 분명 라합에게 제6계명을 지킬 것을 요구하셨을 것이며, 제9계명의 부차적인 계명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자신의 뜻을 분명히 나타내셨을 것이다. 사실 제9계명의 적극적인 의미 중에는 이웃의 선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을 명하고 있기도 하다. 라합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이 죄가 이닌 것은 마치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부모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제5계명을 어기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그래서 라합이 사실대로 말하지 아니한 것이 성경에서 한번도 정죄받지 않고 칭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약2:25).

그러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마음대로 선의의 거짓말은 할 수 있단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제9계명의 부차적인 요구는 아직 우리에게 엄연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하는 계명보다 더 강하게 요구되는 하나님의 계명적 요구가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 한, 우리는 항상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은 제9계명의 정죄를 피할 수 없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진리이신 주님께서 항상 우리의 마음을 주장하시도록 우리 자신을 온전히 드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