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넷째 간구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허탄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

(잠 30:8)

 

주기도문은 전반부의 하나님에 대한 세 가지 간구에 이어서 대조적으로 우리 자신에 대한 세 가지 간구 즉 “우리를 위한 양식”, “우리의 죄”,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는 기도의 내용들로 후반부에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이름과 나라와 뜻을 먼저 구한 후에 이제는 이 세상의 현실적인 삶에 필요한 양식과 충족한 분깃을 위해 기도하도록 하셨다.

 

예수님께서 우리 자신을 위한 기도에서 영적으로 필요한 것 이전에 먼저 육적으로 필요한 것을 구하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현세적인 삶에 필요한 양식은 이 세상에서 우리의 영적 사명 수행과 영적 행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참 하나님이신 동시에 참 사람이신 예수님은 우리의 육체적인 연약을 아시고 현세적으로 필요한 양식을 때를 따라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받게 하심으로 우리가 보다 더 충성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주어지는 그 양식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필요를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신실하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새롭게 하며 날로 보다 더 고귀한 하나님의 축복을 구하도록 끊임없이 선한 격려와 자극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오늘날”(날마다)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서 그 날의 완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눅 12:20, 마 6:34). 그리고 “일용할 양식”은 기본적으로 매일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의식주에 공급되는 물질을 뜻한다(잠 30:8, 약2:15). 그런 우리의 일상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육신의 필요 뿐 아니라 우리의 전체 생활 곧 육신과 영적 생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떡과 함께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간구를 통하여 좁은 뜻으로는 육신의 양식을, 넓은 뜻으로는 영적 양식을 동시에 하나님 앞에 구하게 된다.

 

“우리에게 주옵시고”라고 기도하는 것은 그 일용할 양식이 나의 양식인 동시에 우리의 양식이 되어야 할 것을 말해 준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함을 보여 주신다. 다른 사람의 가난과 불행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날마다 자비를 베푸시도록 중보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엡 6:18, 시 125:4).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기도는 영육으로 가난한 우리의 이웃에 대한 실제적인 사랑의 실천을 일깨워주시는 구제와 선교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육의 양식 뿐 아니라 영적으로 갈급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영(말씀)의 양식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하루하루의 삶을 위한 최소한의 양식을 구하도록 하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영원히 거할 본향, 즉 주님과 함께 풍족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영원한 천국을 소망케 하시고 이 땅의 삶이 그 영원한 나라를 위한 것임을 기억케 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