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

(마 16:19)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와 그가 세우신 교회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를 바로 이해하는 것은 세상 속에서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교회의 위치와 사명을 분명하게 확인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하나님 나라에 속하는 것도 아니면서 하나님 나라로부터 분리될 수도 없는 관계로 이해한다.

 

(1)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곳이다. 교회는 지상의 하나님의 나라 즉 하나님의 통치의 현재적 실현(임재)으로서 이미 그 나라의 은혜와 능력에 참여하고 그 축복과 특권들을 실제로 누리는 자들의 모임(공동체)이다 동시에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 완성을 열망하면서 아직 그 나라를 향하여 달려가는 자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2)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의 여러 양태 중의 하나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지상에서 여러 양태로 나타난다. 교회는 기독교 가정, 기독교 대학, 기독교 문화협회 등과 같은 하나님 나라의 여러 양태들과 표현 형태들 중에 하나이다. 천사가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 안에 있는 교회에는 속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실은 하나님 나라는 교회보다도 더 포괄적이며 교회는 다만 하나님 나라의 한 양태에 속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우주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나라는 우주적인 차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초중심부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상의 제도적 교회는 그 우주적인 하나님의 나라의 한 양태일 뿐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는 분리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 속에 있지만 교회 그 자체를 하나님의 나라와 완전 동일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교회는 왕국 백성들의 신앙과 그 표현을 조직체인 교회에만 국한시키려 하거나, 교회가 세상의 다른 모든 영역을 직접적으로 완전 통제하려 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한국교회들이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인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지나치게 조직체로서의 교회 안에만 묶어두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교회중심의 삶을 살도록 하도 동시에 교회는 강단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전 영역에 대해 빛을 제시하고 그곳으로 가서 자신의 사명을 따라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드러내는 왕국 백성의 삶을 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교회는 조직체로서 “십자가의 군사들”을 징병하는 신병 모집소이며, “성령의 검”을 사용하도록 하나님의 백성들을 훈련하는 훈련소와 같다. 교회는 매일의 왕국 생활을 살아갈 수 있도록 왕국 백성들을 모집하고 훈련하여 세상에서 파송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전쟁터의 병기창과 고속도로의 주요소(power station)와 같아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는 세상의 순례길에서 계속 투쟁할 수 있는 힘을 공급받기 위하여 생명의 떡과 포도주를 새롭게 공급받으며 말씀과 성령의 능력으로 재충전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일예배의 핵심인 말씀의 선포는 하나님의 백성들로 하여금 한 주간 동안 창조세계의 모든 분야에서 “산 제사”(롬 12:1)를 드릴 수 있도록 다시 준비하게 하고 새 힘을 공급해 준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 다시 성도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사명을 따라 각자의 일터로 파송 받는다.

 

이처럼 교회에서 사랑과 헌신으로 일하는 목적은 항상 하나님 나라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지 못하고 개별 교회 그 자체만의 유익과 그 자신들의 위대함과 화려함만을 꿈꾸며 일한다고 하면 그 교회는 세속화되고 그 본래의 사명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의 종으로서 항상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하면 언제든지 신실하게 오직 그의 뜻만 따를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도구로서 그 행위와 봉사 그리고 설교에서 항상 하나님의 나라의 축복을 가르치고 알리고 선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나라의 능력을 나타내 보이는 하나님의 나라의 관점에서 선교 사역을 충실하게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순종과 위탁의 자세를 가진 교회만이 이 세상에서 진정 그리스도와 그의 왕국을 위하여 역사할 수 있는 참된 교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