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정경

"내가 너희에게 명하는 말을 너희는 가감하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키라"(신4:2)

   성경은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으로 총 66권의 책들로 구성된 작은 도서관과도 같다. 그 모든 책들은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법칙이 되도록 신적 영감에 의해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교회에 의해 ‘정경’(正經, canon)으로 불리어졌다. 이 ‘정경’이라는 용어는 ‘자(尺)’ ‘표준’ 또는 ‘규범’이라는 뜻을 가진 헬라어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교회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의 교리적, 윤리적 내용을 담고 있는 규범적 권위를 가진 거룩한 책들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 용어는 완결된 하나의 묶음으로써 그 거룩한 책들의 전체가 완전한 권위를 가진다는 의미에서 성경에 적용되어 사용되었다. 정경형성의 과정과 시기에 대해 많은 다른 의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교회를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구약 전체는 주전 2세기 초반 이전에 정경으로 확립되어 있었고 또한 신약 전체는 주후 3, 4세기 이전에 이미 정경으로 확립되어 있었다.

   구약 성경이 완성되고 신약 성경이 시작되기 전에 기록된 경건 문서들로서 이 정경에 포함되지 않았던 책들의 목록을 ‘외경’(外經, Apocrypha)이라고 한다. 로마 카톨릭은 1546년 종교개혁을 반대하기 위해 소집된 트렌트 회의에서 죽은 자를 위한 기도와 같은 비성경적인 교리적 주장들을 정당화해 주는 외경의 책들을 정경에 포함되는 것으로 공식 선언하였다. 그러나 외경 자체가 구약 성경과 모순될 뿐 아니라 동일한 권위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예수님과 신약 성경 저자들은 당시에 확정된 구약 성경을 분명한 신적 권위를 가진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주 인용하였지만 그 외의 다른 문헌들을 신적 권위를 가진 것으로 언급한 적이 전혀 없다. 또한 당시 유대인들이 신적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인정한 성경 속에 외경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눅24:27, 44, 롬3:2, 벧후1:21). 물론 외경도 역사적, 언어학적 연구를 위하여 어느 정도 참고할 만한 가치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단순한 인간의 말로서 결코 성경에 포함시킬 수 없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장 3절).

   신약 성경은 처음 기록될 때부터 그 신적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영감 받은 사도들의 증거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자증적인 증거들과 성령의 역사에 의해 교회는 확신 속에서 신약 성경을 권위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비록 사도들이 직접 기록하지 않은 책들(마가복음 , 누가복음, 사도행전, 히브리서, 유다서)일지라도 사도들의 지도와 승인 그리고 다른 정경과의 일관성 속에서 정경성을 가진 성경으로 자연스럽게 받아 드려졌다(요10:27).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 의해 정경으로서 신약 성경에 포함될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던 책들(“클레멘트 1서” “허마의 목자들” “도마복음” 등)은 대부분 2세기의 이단 영지주의자들(Gnostics)에 의해 기록된 성경과 의사(擬似)한 책들로써 처음부터 권위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교회 가운데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그 책들은 사도성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 저자들이 스스로 정경으로서의 그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교리적으로 다른 성경과 모순된 많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할 사실은 초대교회가 단순한 인간의 책들에 하나님의 권위를 부여하거나 심지어 교회의 권위를 부여한 것도 아니고 다만 이미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본질을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책들을 찾아 인정하고 고백한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정경은 그 형성에 있어서 교회가 숙고했으나 사실상 하나님이 친히 구성하신 것이다. 교회의 결정과 교부들의 진술 등의 교회활동이 정경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경이 교회를 형성했지 결코 교회가 정경을 형성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경성의 궁극적인 기준은 하나님의 저작인가 하는 것이지 인간이나 교회의 인준이 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성경의 정경이 옳다는 확신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근거하고 있다. 그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우리가 그를 의지하고 섬기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하나도 빠지게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계22:18-19). 우리도 칼빈처럼 “하나님이 교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정한 이 책들은 영원한 기억을 위한 섭리에 의해 선택된 것”임을 확신한다.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의 정경은 정확하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던 그대로이며,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그대로 보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