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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깁스 & 라이언 볼저 공저, 김도훈 역, 이머징 교회, 서울: 쿰란출판사, 2008.

 

                      성희찬(마산제일교회 담임목사)

 

본서는 미국 풀러 신학교 비교문화학부에서 도널드 맥가브란 석좌교수로서 교회성장학을 가르치는 Eddie Gibs 교수와 동 신학교에서 현대문화 속의 교회 분야를 가르치는 Ryan K. Bolger 교수가 약 5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 등을 통해서 리서치 한 결과물로서, 본서의 원래 제목(Emerging Churches: Emerging Churches Creating Christian Community in Postmodern Cultures)이 말하는 것처럼 현재 포스터모던 문화에서 새롭게 등장한 교회들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이머징 교회”란 용어는 이미 일반화 되어서 현대의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머징 교회 운동은 기성교회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선교적 열정을 가지고 현대 문화를 이용하여 다음 세대 미래 세대에 접근하여 교회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서론에서 왜 문화를 연구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첫 두 장에서 그 이유를 몇 가지 말하였다(1장 문화 간단히 들여다보기, 2장 무엇이 이머징교회인가). 1950년대 이후 서구는 새로운 문화에 봉착하였는데, 첫째는 탈기독교시대로서 이와 관련하여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를 맞게 되었고, 둘째는 모던 사회에서 포스트모던 사회로의 전환을 통해서 전통의 상실과 서로 다른 현실 영역의 분리 현상을 맞게 되었는데 이러한 새로운 문화 현상을 통해서 서구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양태가 달라졌고, 따라서 새로운 제도적 구조가 요청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부모의 종교를 따르지 않고 교회가 쇠퇴하기에 이르렀고, 거꾸로 타종교의 영성이 호소력을 가지는 등 교회의 존립에 위협을 받기에 이르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러한 문화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이머징 교회들인데, 흥미로운 것은 지금 한국교회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구도자 교회, 목적이 이끄는 교회, 심지어 가정 교회조차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교회들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머징 교회의 특성은 한마디로 통합적 영성, 통합적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이 교회들은 현대 문화에서 예수의 복음보다도 예수의 삶을 모델로 정하고 이를 좇는다는 것이다. 이것 자체가 선교이며 또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의 생활로 본다. 이들은 산상보훈을 강조하며, 교회보다도 하나님의 나라를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회 안의 교회를 추구하는 윌로우 크릭 교회나 가정교회를 비판한다(3장 예수 따라 살기).

 

둘째, 세속적 영역을 변화시키는 것이 이 교회들의 특성이다. 이들은 예배에서 일반음악 뿐 아니라 영화와 문학을 이용하며, 신앙에 대한 일방적 표현방식을 거부하며, 성경 역시 한 목소를 가진 책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목소리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4장 세속영역 변화시키기).

 

셋째, 근대이후 개인이 강조된 현대 사회에서 이 교회들은 공동체 생활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제도가 아니라 가족을 중시하고, 프로그램 보다는 관계적 교회를, 대교회보다는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 하나의 모임, 하나의 장소, 하나의 구조를 거부하며 고체교회가 아닌 액체교회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동체를 지향한다(5장 공동체로 살아가기).

 

이런 특성 때문에 이머징 교회들은 낯선 이들을 영접하고(6장 낯선 자 영접하기), 아낌없이 봉사하고(7장 넓은 마음으로 섬기기),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참여하고(8장 생산자로서 참여하기), 창조된 존재로서 창조해 나가며(9장 창조된 자로서 창조하기), 소수가 아닌 몸을 세우는 리더십을 지향하고(몸으로 인도하기), 고대의 영성과 현대의 영성을 통합할 것을 행동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다(고대 영성과 현대 영성의 융합).

 

이 책을 번역한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김도훈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이 운동은 현대 문화에서 교회가 어떻게 건강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교회가 다음 세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과 교회를 향한 열정에서 시작되었기에 본서 곳곳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를 사랑하는 진지함과 진실과 뜨거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특별히 목적이 이끄는 교회, 구도자 교회, 열린 예배, 가정교회를 비판하는 대목은 우리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머징 교회가 포스터모던사회에서 과연 적합한 대안인가라고 할 때는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 교회들이 예수의 삶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지나침이 없고 예수님의 삶이 예수님을 따라가는 성도에게 본인 것은 틀림없고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 역시 좋으나,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예수님의 대속과 회개의 복음이 약화된다면 이는 교회의 기독론적 기초를 간과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이머징 교회들은 최근 N.T. Wright 등의 예수님에 대한 새로운 해석(예를 들면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 등의 저술에서 볼 수 있음)에 그 신학적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세속영역의 변화를 특성으로 삼는 이들은 교회와 현대 문화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문화를 너무 쉽게 상대한다는 점과 문화의 변혁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오히려 성령을 받는 성도의 사명 중 하나는 세상의 영이 지배하는 세상 문화의 정체를 드러내고 ‘책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요한복음 16:7-8) 나아가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으로 변혁하여 그리스도 중심의 문화, 성령을 통해서 새로운 창조세계를 세워가야 할 것이다.

 

셋째,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을 그 특성으로 삼으면서 프로그램과 제도보다는 작은 교회와 관계적 교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성도의 교제로서 교회를 강조한 것은 좋으나, 과연 직분과 제도를 경시할 경우 신앙고백 안에서 통일성과 신앙생활의 질서는 어떻게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의문이 생긴다. 나아가 그리할 때 우리가 추구하는 교회중심의 생활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가 든다.

 

어쨌든 본서는 우리가 봉착한 포스트모던 문화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교회를 세울 것인가 라는 고민 앞에서 교회를 향한 열정과 진지함을 일깨워주고 있고, 나아가 교회가 서 있는 문화의 중요성을 보게 해주며, 또 교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포스트모던 사회의 한복판에서 교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