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회 신진학자 포럼을 마치고


작성자: 이신열


지난 18일 사직동교회에서 개혁주의 학술원 제 1회 신진학자 포럼 및 한국 칼빈학회 2015년 제 3차 정례발표회가 공동으로 개최되었다. 1부 예배순서는 황대우 박사(학술원 책임학술위원 및 칼빈학회 부회장)의 사회로 신정우목사(새문안교회, 칼빈학회 회장)의 기도와 김철봉목사 (사직동교회, 고신 총회장)의 설교, 그리고 이신열교수(학술원 원장)의 축도로 진행되었다.


이어서 2부 학술발표회에서는 조성재박사(하늘뜻섬김교회)와 우병훈교수(고신대학교 교양학부)가 발제자로 나서서 각각 “어거스틴 전통의 부카누스 신학원리: 인식원리인 성경론을 중심으로”, “칼빈의 모세언약 이해: 존 페스코와 코넬리스 베네마의 논쟁에 비추어서”라는 제하에 발표했다. 조성재 박사는 한국신학계에 스위스 로잔의 개혁신학자 기렐무스 부카누스(Guilelmus Buccanus, ~ 1603)의 신학을 그의 신 인식론을 중심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조박사는 부카누스의 조직신학 저술인 <신학강요>(Institutionis Theologiae seu Locorum Communium Christianae Religionis, ex Verbi Dei, 1602)를 토대로 그의 신학 원리를 자세하게 소개해주었다.

먼저 부카누스에게 신학은 총체적으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 (notitia Dei)이며 그의 신학 방식은 여러 주제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Syntagma 방식에 해당된다. 이는 구체적으로 원리들(principia)과 부분들(partes)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신론과 삼위일체론, 그리고 성경론으로 구성된다. 후자는 하나님과 그분께서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과 맺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창조론, 인죄론, 은혜언약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으로 채워진다.

특이한 것은 신론이 부카누스의 신학원리 부분에 다루어지고 창조론은 부분들의 첫 번째 항목에 해당된다. 따라서 창조론은 사실상 부카누스 신학의 나머지 각론들의 시작점을 구성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창조론을 신론의 마지막에 포함시키는 바빙크나 벌코프의 신학구성과는 전혀 다른 기조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조박사는 계속해서 부카누스의 신학원리로서 성경론에 집중한다.

성경론은 그의 신학 전체에 있어서 인식원리에 해당된다. 성경론의 각론을 다루기에 앞서 먼저, 부카누스가 성경을 신학의 원리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코게이우스(Coccejus)를 위시한 개혁신학자들에게 성경은 신학의 원리가 아니라 신학의 대상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 또한 지적되었다. 조박사는 부카누스의 성경론을 성경의 저자, 영감, 성경의 신성, 성경해석의 다양한 주제로 자세하게 논의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부카누스의 성경관이 전반적으로 어거스틴 전통과 칼빈의 전통에 서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발제자 우병훈 박사는 칼빈의 모세 언약 이해에 있어서 21세기 미국 개혁신학의 두 선두 주자인 페스코와 베네마 사이의 논쟁을 소개한다. 먼저 우박사는 모세언약 해석에 나타난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16-17세기에 이미 모세언약에 율법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게 내재해 있으므로 이를 순수하고 완전하게 은혜언약으로 수용하기에는 논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늘날에도 이 언약에 행위언약적 요소와 은혜언약적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있음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논쟁이 촉발되어 왔다.

우박사가 선택한 논쟁의 첫 번째 파트너는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에스콘디도, 캘리포니아 소재)의 조직신학 교수인 페스코 (John V. Fesko)인데 그는 칼빈이 이해한 모세언약을 본질에 있어서는 영적 언약으로, 그 시행에 있어서는 율법적으로 언약으로 평가하였다. 칼빈이 언약을 율법적 언약과 복음적 언약으로 양분하여 사용한 사실에 착안하여 모세 언약을 복음적 언약임과 동시에 율법적 언약으로 이해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페스코에게 모세 언약은 그 시행의 차원에 있어서 율법적 언약이었다는 사실이 특히 강조된다고 우박사는 해설한다.

페스코에게 핵심적 요지는 모세언약이 은혜에 의해서 믿음으로 생명의 약속을 제공하는 은혜 언약 또는 복음적 언약과는 별도로 생명을 얻는 행위원리를 제공하는 언약이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행위원리란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베풀어 주셨던 행위 언약의 초석에 해당된다. 이와 정반대로 미국 미드 아메리카 신학교 (Mid-America Theological Seminary)의 조직신학 교수인 베네마(Cornelis P. Venema)는 칼빈에게 모세언약은 시종일관 은혜언약에 해당된다.



베네마에게 칼빈이 말하는 율법적 언약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모세 율법의 율법주의적 오용의 결과로 주어진 것이며 복음적 언약과 대조된다. 이는 칼빈에 의해서 또 다른 용어로 좁은 의미에서의 율법과 넓은 의미에서의 율법 사이의 대조에 해당된다. 따라서 베네마는 모세언약에 나타난 율법이 궁극적으로 은혜언약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로 인해 율법과 은혜 사이의 대조는 칼빈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해설한다. 칼빈이 취했던 율법적 언약과 복음적 언약 사이의 대조, 또는 더 나아가서 율법과 복음 사이의 대조는 율법을 왜곡한 율법주의자들 또는 유대주의자들을 경계하기 위한 의도에서 주어진 것이라고 베네마는 주장했다고 우박사는 해설한다. 그렇다면 칼빈의 모세언약에 대한 페스코와 베네마의 논쟁에서 결국 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곧 이어 질문과 토론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상당수의 질문들이 부카누스의 신학원리를 처음 소개한 조성재 박사에게 주어졌는데 이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부카누스라는 신학자에 대한 생소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박사의 발제를 통해서 한국개혁신학의 지평이 좀 더 확대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비록 소수이었지만 대부분의 청중들도 로잔의 개혁신학자의 신학에 대한 소개와 그가 어거스틴과 칼빈에게 많은 빚을 진 신학자라는 취지에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우병훈 박사의 발제에 대한 질문은 많지 않았지만 칼빈이 이해하였던 율법과 복음, 그리고 은혜라는 성경의 핵심적 주제를 언약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었다. 페스코와 베네마의 견해가 요약적으로 훌륭하게 소개되었고 이를 통해서 칼빈의 모세언약 이해에 나타난 어려움을 나름대로 쉽게 지적함으로서 언약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드높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번에 개혁주의학술원이 신진학자포럼을 개최하게 된 이유는 해외에서 칼빈을 위시한 개혁신학을 깊이 연구하고 최근에 학위를 받고 귀국한 석학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이와 더불어 국내 개혁신학의 지평을 넓히고 더욱 심도 있는 신학적 분위기를 형성하고자 함이다. 신진학자 포럼은 연 2회, 여름 (7월)과 겨울 (1월)에 계속해서 개최될 예정이다. 개혁신학을 추구하는 많은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의 지속적 관심과 성원을 기대하며 이를 통해서 우리 신학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이날 포럼과 발표회를 위해서 설교해 주시고 간식과 맛있는 점심식사를 정성스럽게 제공해주신 김철봉 목사님과 사직동교회 여러 교우들게 다시 한 번 학술원을 대표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Soli Deo Gloria!

 

(*본 칼럼은 '개혁정론'에 실렸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