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간은 한계와 약점을 지니고 있고, 불완전하다. 그러기에 “실수하는 것이 인간이다”(Errare humanum est)고 하지 않았던가? 특히 성경번역은 고도의 학문성과 신앙적 확신과 더불어 번역과 인쇄과정의 정확성과 철저성을 생명으로 하지만 성경번역과 출판에도 오류가 발견되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은 유한하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영어성경 ‘흠정역’(KJV: King James Version)은 가장 권위 있는 성경으로 인정받아 왔고, 1611년 번역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400여 년간 영어성경의 제왕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이 흠정역이 1973년에 첫 선을 보인 ‘새국제성경’(NIV: New International Version)에 의해 추월당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어떤 이들은 흠정역성경은 무오 한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최근 뉴질랜드 웰링톤에 있는 빅토리아대학교 영문학부 교수인 데이비드 놀톤(David Norton)은 흠정역의 초판본과 그 이후의 전수과정에서 수다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흠정역본 본래의 역문 재구성에 몰두하였고, 그 결과 흠정역본에 대한 비평적인 본문 연구인 The Cambridge Paragraph Bible를 켐브릿지대학 출판부를 통해 출판하게 되었다.

  그에 의하면 6년간 약 40여명에 의해 번역된 1611년 초판본 흠정역본은 인쇄상의 오류로 얼룩져 있었는데, 1629년, 1631년, 1638년, 그리고 1653년의 개정판에서 부분적인 개정과 인쇄상의 오류를 바로잡았으나 또 다른 오류가 생겨나는 등 오류는 반복되었다고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말하는 흠정역 원본은 1611년 판이 아니라 사실은 1769년의 옥스포드판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흠정역판에 어떤 오류가 있었을까? 어처구니없는 실수의 한 가지 경우가 1631년판 출애굽기 20장 13절의 역문이었다. 본래의 성경은 “간음하지 말찌니라”였으나 “간음할 찌니라”(Thou shalt commit adultery)고 번역되어 있었다. 부정사 ‘not’를 빠뜨린 것이다. 이 실수 때문에 이 성경을 ‘음란성경’(the adulterous Bible)이라고 불렀다. 이런 오류는 곧 바로잡혔지만 번역자는 이 일로 벌금형을 받았다. 또 1653년판 흠정역의 고린도전서 6장 9절은 “너희가 알지니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찌니라”(Know ye not that the unrighteous will inherit the Kingdom of God)였다.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느니라”를 오역한 것이다. 그래서 이 성경을 ‘불의한 성경’(the unrighteous Bible)이라고 불렀다. 

  가장 정확해야 할 성경번역과 인쇄과정에서도 오류는 피할 수 없다.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이것은 피조물의 한계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저작을 냈던 캐나다 출신 선교사 게일은 “나는 오류가 없는 단 한권의 책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수하는 것이 인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