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단체 대표에게 듣는다] “끊임없이 칼빈에게 물어야 한다”
③한국칼빈학회 이양호 회장
2008년 07월 18일 (금) 18:29:26 노충헌 mission@kidok.com

탄생 500주년 기념행사 통해 새로운 부흥 전환점 얻게 되길


   
   
국내에 많은 학술단체가 있지만 한 인물을 오랫동안 집중 연구하는 학회는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1980년대 시작된 학회는 전문성과 연조에 있어 독보적이다. 한국칼빈학회 이양호 회장(연세대학교 신학과)을 만났다.<편집자 주>

▲한국칼빈학회 소개를 부탁한다.
=1986년대 창설된 학회로 칼빈이라는 한 인물을 줄곧 다루고 있다. 칼빈을 부분적으로 다룬 학회들은 1960년대부터 있었다. 또 교부신학회와 같이 특정 인물군을 연구하는 학회도 있지만 비교적 최근이다.
학회는 한철하 이종성 신복윤 정성구 박사를 고문으로 하고 있으며 이수영 박사가 직전회장이다. 나는 1990년부터 학회 서기 총무 부회장 4년씩 하고 지금 회장으로 내년 1월까지 2년 임기로 일하고 있다. 교수님과 목회자 등 회원이 200여명이다.

▲칼빈학회가 오랫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칼빈과 칼빈주의가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것이 개신교회이다. 동시에 불교나 가톨릭보다도 광점한 지지를 받고 현대인에게 다가가 있는 것이 개신교회다. 개신교회의 창시자가 루터라고 한다면, 칼빈은 체계화하고 완성한 분이다. 그의 사상은 종교에 있어서 가장 현대적이고 완숙한 사상이다. 끊임없이 칼빈에게 물어야 하고 대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연구가 지속되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의 사상은 교회와 사회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신학인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장로교의 성장과도 관계가 있다. 1980년대 들어 칼빈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전까지는 성서신학, 조직신학 등으로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주류였으나 교회가 성장하고 신학자들이 늘면서 연구가 세분화되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칼빈연구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중심적인 교단이 장로교이고 칼빈이 장로교의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칼빈이 끼친 영향을 설명해 달라.
=칼빈은 한국교회를 넘어 근대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정치적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선호했다. 칼빈은 국민들이 최선의 사람을 뽑아서 그 사람들이 정치하게 하는 제도가 바람직한 정부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이는 근대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

자본주의 발생에도 영향을 줬다. 그는 이자 받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중세에는 땅은 빌려주면 지대를 받을 수 있지만 돈에 대해서는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땅에는 곡식을 심으면 결실이 맺히지만 돈은 아무리 보관해도 불어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칼빈은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이익이 남고 그렇기에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익부빈익빈의 자본주의는 비판했다. 오히려 교회가 기금을 늘려서 가난한 자도 부한 자도 없는 사회를 만들자며 사회복지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가난한 아동은 무료로 공부시키고, 구빈원에서 빈자들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철학 자연과학 천문학과 같은 학문이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학문을 통해 하나님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과학연구 활성화에도 동력을 주었다. 또 칼빈하면 하나님의 영광을 떠올리게 된다. 그가 많이 강조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슬로건은 세계적으로 퍼졌다.

▲칼빈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칼빈에 대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흔히 칼빈주의가 장로교 분열의 한 동인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실제로 한국장로교회는 너무 많이 분열되어 있다. 그러나 분열은 칼빈의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칼빈은 교회일치 운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교회 일치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크레머 대주교에 보낸 편지에서 그는 교회 일치를 논의하는 자리라면 열 개의 바다를 건너서라도 참석하겠다고 말한 바도 있었다.

한국교회는 서로 의견과 교리가 다르면 서슴지 않고 분열해왔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교리를 근본적 교리와 비근본적 교리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한분이며 예수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다는 3가지 핵심교리는 양보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것이 부정되면 교회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다른 교리에서는 관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빈의 일치의 정신을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인데 이 몸을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겠는가?
한국교회는 헌금을 교회만 위해 쓴다는 비판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칼빈은 교회의 수입을 4등분해서 성직자, 교회 유지, 가난한 자, 예비비(재난 홍수 기근 등)를 위해 사용하라고 했다. 결국 수입의 절반은 가난한 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말한 것이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크게 미달된다. 즉 50%를 사회선교비로 써야 맞다.

한국교회가 교회의 하나 됨과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감당한다면 한국장로교에 대한 평가는 현격히 달라질 것이다. 칼빈은 좋은 가르침을 주었는데 실천을 못하니 안타깝다.

▲칼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읽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관련 서적들을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지 모른다. 내년 7월 전후로 칼빈 탄생 500주년 행사가 많이 열릴 것이다. 학술행사에서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는다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행사들은 무엇이 있는가?
=한국칼빈학회에서는 아시아 칼빈학술대회를 연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에는 일본 대만 한국학자들이 중심이 되는데 내년 8월 한국에서 개최된다. 또 <칼빈핸드북>을 만들어 그의 생애와 사상을 2권의 책에 소개할 것이다.

올해 6월 한국칼빈학회 개혁신학회 장로교신학회 등 3개 학회가 중심이 되어 칼빈 500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이종윤 목사, 공동회장:이양호 교수 등)도 결성됐다. 이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할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세계칼빈학회가 2010년 남아공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2009년 제네바에서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이모든 행사들을 통해 칼빈이 널리, 바르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마무리 말씀을 부탁한다.
=교회 정체를 다시 염려하는 이 시점에서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는데,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교회가 고쳐야 할 점을 개혁하여 제3차 부흥운동이 한국교회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행사들을 통해 한국교회에 새로운 전환점을 세워지게 되기를 소원한다.
진행=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