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종교개혁은 성경적 신앙의 회복, 말씀과 성령으로 지금도 일어나야…

나동광 교수: 종교개혁은 분열을 연합해 갈등을 치유하는 기회
이환봉 교수: 개혁주의 신학의 새로운 부흥과 교권주의 극복이 오늘의 과제
탁지일 교수: 종교개혁가들의 차이는 하나님이 다양성을 예비하신 사건

종교개혁주일 특별좌담회

-주제: 종교개혁의 현대적 의의 및 한국교회의 미래 과제
-일시: 10월 24일(금) 오후 6시
-장소: 남포동 민들레영토
-참석자: 나동광 교수(경성대 실천신학), 이환봉 교수(고신대 교의학),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교회사) -이상 가나다 순

-사회 및 정리: 정창식 기자

-사진: 이득근 기자

-들어가면서
올해 고신대가 주최한 하계목회대학에서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가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후 500년이 흘러오는 동안 오늘 날의 한국교회가 가장 타락했다. 뿐만 아니라 2000년의 교회사에서 기독교를 수용한 국가 가운데 성경에서 벗어난 모습을 한국 땅의 교회에서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의 성찰과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기독교 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혁신이나 개혁과는 사뭇 거리가 멀어져 보인다. 심지어 그러한 단어들을 거론하기조차 버겁다. 두 명의 감독회장 시대를 맞은 감리교단, 금품선거로 얼룩진 통합교단 총회, 교계언론간의 흠집 내기, 개교회의 당회장 세습 등 최근의 교회 및 교계기관들의 분열과 이권다툼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한 줌의 재로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본보는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종교개혁의 현대적 의의 및 한국교회의 미래 과제’ 주제의 좌담회를 갖고 한국교회가 추진해야 할 개혁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비틀거리는 지금의 모습을 지양해 철저하게 주님이 다스리시고 성령이 역동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공의와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한국교회의 바른 길을 도모하려 한다.(편집자 주)

정창식 기자: 먼저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세 분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좌담회를 통해 종교개혁의 현대적 의의를 발견하고 한국교회의 미래 과제를 제시하는 뜻 깊은 좌담회이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날의 한국교회는 마틴 루터가 1517년 95개 조항을 선언하며 종교개혁을 부르짖던 시대적 상황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변질됐다”는 성토의 말까지 들려옵니다. 종교개혁의 정의와 배경에 대해?

탁지일 교수: 종교개혁은 리포메이션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로마카톨릭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해 안으로부터 일어난 운동입니다. 그리고 당시 개혁자는 카톨릭교회에서 떠났다고 하기 보다는 그 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종교개혁은 14~17세기까지 계속해서 일어난 교회개혁운동이지만, 일반적으로 종교개혁이라면 16세기 마틴 루터에 의해 일어난 운동을 말합니다. 종교개혁은 카톨릭교회의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에서 벗어나 교회가 성경적으로 돌아가고자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를 맞으며 서양의 학자들이 지난 1000년 간 가장 중요한 인물로 쿠텐베르크를 꼽았습니다. 그 이유는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기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성경을 찍어낼 수 있었기 때문인 거죠. 그렇게 해서 사제나 특권층의 소유물이었던 성경을 일반 서민들도 소유할 수 있었고, 이는 종교개혁의 연속성에 큰 힘을 부여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틴 루터 등의 종교개혁자들이 목숨을 걸고 번역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했던 것은 일반인들이 성경을 알면 카톨릭의 허물을 잘 알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 거죠. 그 만큼 쿠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후 성경은 급속히 보급됐고 더 나아가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게 된 것이죠. 그런 점에서 서양학자들이 쿠텐베르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나 보여 져요.

정창식 기자: 그리고 당시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십시오.

이환봉 교수: 종교개혁은 사실 교회의 개혁인데 그 당시 중세 로마카톨릭교가 교리적으로 변질되고 윤리적으로 타락한 것에 대해 교회를 성경 말씀을 토대로 돌이키는 운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종교개혁은 회개운동으로 루터의 95개 조항인 회개의 요청과 더불어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성경적 신앙의 회복이야 말로 진정한 교회회복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마틴 루터를 비롯한 개혁자들의 개혁의 핵심은 성경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 성경에 벗어난 것에서부터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교회개혁운동, 회개운동은 계속되어져야 합니다.

탁지일 교수: 종교개혁을 회개운동으로 본다면 현대교회사에 있었던 경건주의 운동, 복음각성운동, 그리고 성령운동의 형태로서 일어난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 등 모든 것이 하나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형태라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큰 틀에서 종교개혁운동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환봉 교수: 맞습니다. 당시 종교개혁자들의 개혁모토가 ‘항상 개혁되어져야 한다’ 입니다. 즉 말씀의 표준에 따라 항상 개선되고 새롭게 변화되어져야 하는 것이죠. 이는 지금의 종교개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나동광 교수: 종교개혁을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운동으로, 회개운동으로 바라보는 것에 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킬 때와 한국의 1907년 대부흥운동 당시와 비교할 때 약간의 차이가 있지 않나 봅니다. 종교개혁 당시는 카톨릭교회가 저지른 교회제도의 타락적인 모습이 극도에 달했고, 그런 점에서 회개운동이 필요하면서도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개인의 회개 외에도 제도 타락 등의 거시적인 것 까지도 포함을 하고 있어 1907년의 당시 작은 한국교회의 민중운동인 대부흥운동과는 비교된다고 보여집니다.

이환봉 교수: 종교개혁에 있어서 제도적이나 교회 여러 가지 구조적인 것에서 오늘의 시대 상황에 맞게 새롭게 창조하고 확립하는 것보다도 성경적인 것을 새롭게 회복하고 갱신하고 재확립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게 우선되어져야 합니다. 그런 것은 결국 제도적인 변화와 구조적인 변화도 뒤따라오는 것이라 봅니다. 종교개혁의 주된 핵심은 새로운 것의 확립과 창조보다도 성경의 회복과 재확립으로써 그로 인해 자연히 구조나 체계가 개선될 수 있게 됩니다.

정창식 기자: 마틴 루터 종교개혁 외에도 몇 차례의 종교개혁이 있었습니다. 각 종교개혁가들의 차이가 있다면?

이환봉 교수: 일반적으로 루터는 종교개혁의 선구적 개척자이고, 칼빈은 종교개혁의 체계적 완성자라 일컬어집니다. 그러나 루터도, 칼빈도 동일한 종교개혁사상과 개신교 핵심 사상 위에서 서로가 상호 연대,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루터를 따르는 루터교회와 칼빈을 따르는 개혁교회가 어떤 점에서 다르냐면 개혁교회는 루터교회보다 더 성경을 근거로 철저한 개혁을 추구했기 때문에 종류에서의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정도에서의 차이는 조금씩 있다고 볼 수 있죠. 예를 들면 루터가 성경이 금지한 전통만 반대했으며, 다른 것은 수용한데 비해 칼빈의 개혁파는 성경의 명령한 정통만 수용했습니다. 나머지 전통에는 경계하고 숙고하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롤랜드 베인톤이 “개혁은 종교개혁의 개혁이다”라고 말한 대로 루터를 개혁한 것이 칼빈이라 봅니다. 그래서 둘을 대립적 관계로 이해하며, 종류적 차이까지도 바라보려는 것은 무리가 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개혁신학의 정수인 칼빈신학을 개혁신학의 출발점으로 하되 칼빈신학의 근본을 알기 위해서는 동시대 종교개혁가들에 대한 연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같은 종교개혁의 신앙과 정신을 함께 공유하는 교회와 신학노선들이 공동으로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탁지일 교수: 각 종교개혁가들의 견해 차이는 다양한 교파로 분열되는 부정적인 면을 낳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카톨릭계 신학에서 벗어나 지역이나 인종, 문화에 따라 자신이 선호하는 교파의 신학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생산했습니다. 성공회에서 분리된 감리교, 구세군 등이 유럽에서 생겨나고 미국에 건너와서는 왕성하게 꽃피는 것을 볼 때 종교개혁가들의 그 차이는 오히려 현대를 바라보며 하나님이 다양성을 예비하신 사건이 아니었나 봅니다.

정창식 기자: 그리고 종교개혁 정신을 받아들이는 각 교단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

이환봉 교수: 한국의 모든 장로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가는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노선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개혁자들이 이은 개혁 신앙노선은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급진적 자유주의 신앙(기장), 중도적 신전통개혁주의 신앙(통합), 역사적 전통개혁주의 신앙(고신, 합동, 합신)인데 개혁자들의 신학을 올바르게 개선, 발전시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교단이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신앙노선이든 간에 개혁자들의 각각의 신학과 신앙을 현재에도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2007년 9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교단 간 다양한 신학적 입장의 차이 속에서도 ‘협력과 일치를 위한 공동신앙선언문’을 발표하며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인 곧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 등의 5가지의 Sola를 선포한 바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장로교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뜻 깊은 선언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장로교의 대표적 신학자인 칼빈과 같은 개혁자들의 신학과 신앙으로 돌아갈 때 정말 하나가 되고 장로교 연합의 지름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장연이 내년 6월 21일 서울교회에서 열리는 칼빈 출생 500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하고 있어 장로교연합의 새로운 계기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탁지일 교수: 해방 후 장로교 교파의 분열이 계속적으로 이어져왔는데 이는 종교개혁을 각기 다르게 해석했다기보다는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한국교회 역사적 경험이 분열을 촉진시켰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교파의 입장이 다른 것 보다는 오히려 한기총에서 선언했던 5가지의 Sola 등 이런 종교개혁 정신 아래 기본적인 신앙고백을 우리가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고대교회로부터 종교개혁까지 있어 왔던 많은 신앙고백을 교회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앙고백은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누군지 변증도 할 수 있게 하고, 기독교가 무엇인지 가르치기도 합니다. 개혁교회를 하나 되게 만드는 구심점이 곧 신앙고백인 것이죠. 종교개혁에 신앙고백이 특별한 이유는 내가 왜 종교개혁을 하는지, 그리고 성경과 고대의 신앙고백과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신앙고백을 통해 밝혀두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장로교는 이런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을 함께 하고 있어 차이보다는 공통분모가 더욱 퍼져있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환봉 교수: 차이에 집착하기보다는 종교개혁의 핵심적 신앙에 바탕을 두고 더욱 적극적으로 연대, 화합에 힘을 써야 합니다. 개혁자들의 신학연구를 통해 상호 연대할 수 있는 범위를 찾을 때 장로교 연합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정창식 기자: 무엇보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오늘의 삶에 적용하는 게 중요하리라 여겨지는데요. 종교개혁의 현대적 의의에 대해서?

나동광 교수: 오늘날 교회가 분열되고, 여러 가지의 다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종교개혁은 분열의 분위기를 하나된 연합으로 만들어가는, 그리고 갈등을 치유하는 기회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교회 및 교파 간 갈등, 타 종교와의 갈등 속에서 한국교회가 교회개혁에 원론이 되는 성경으로 돌아가 서로 화해하는 것이 종교개혁의 현대적 의의가 아닐까 봅니다.

탁지일 교수: 한국 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2006년에 ‘한국교회의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주제로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당시 ‘양적 팽창에 치우친다’, ‘교파주의’, ‘개교회주의‘ 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개혁으로 인해 교파가 나눠지고 개교회주의까지 나타났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올바른 개혁교회의 정신이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점들입니다. 현대 한국교회는 교파와 개 교회를 중요시 여기지만 본래의 복음전도에는 오히려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종교개혁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모습 자체가 현재의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 보여집니다.

이환봉 교수: 항상 성경 말씀을 따라 개혁되어야 합니다. 이는 500년이 흐른 후에도 우리 교회의 현실적 과제이며, 임무입니다. 한국교회가 성경을 떠나 너무 변해져 버렸기 때문에 회개해야 하고, 성경을 따라 변해야 하지만 변하지 않아 또 회개해야 합니다. 개혁주의 신앙과 신학을 추구한다면 보수주의보다 더 보수적이어야 하고, 거짓된 전통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급진주의보다 더 급진주의가 돼야 합니다. 한기총이 5가지의 Sola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상 시장경제주의, 마켓팅전략이 교회성장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심리학이 말하는 상호갈등 및 상처의 내적치유를 성경의 죄와 속죄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주의, 실용주의, 엔터테인먼트 등이 예배와 설교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한국교회에서의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탁지일 교수: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됐습니다.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 교회성장운동, 교회부흥운동은 교회의 양적 성장입니다. 하지만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은 말씀사랑 운동이었습니다. 당시 말씀을 사모하던 수많은 군중이 성경 말씀을 통해 회개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가 부흥한 것입니다. 당시 믿음의 선진들은 교회부흥을 의도한 게 아니라 말씀사랑 속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부흥성장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오늘 날 우리는 전 단계를 잃어버리고 교회성장을 기원하지만 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고급 양장본 성경 하나 없던 당시 전도지를 보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말씀은 말씀 한 줄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성경 말씀대로, 예수님께서 사셨던 대로 따라가는 신행일치의 삶이 오늘 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종교개혁이 아니겠습니까!

나동광 교수: 말씀에 순수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보면 사도의 가르침을 듣고 떡을 떼고 나누는 이 모든 것들이 잘 되어져 교회가 계속 성장되고 발전됐습니다. 하지만 성장 발전 과정에 말씀을 떠나 인간의 탐심이 작용되면서 성경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개혁이 요구된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현대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본래의 에클레시아 개념으로부터 벗어나면서 하나님의 사람들로 모여진 사람들의 유기적 관계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연히 말씀이 아닌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 접근하다보니까 서로 섬기고 예수님의 사람을 실천하는 교회의 모습은 저 멀리 보이기만 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개혁의 우선 순위인 것이죠.

2008.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