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칼빈학회 주제 논문 논평 ⑥ 피터 오피츠의 '시편주석서를 통해 본 성경번역자로서의 칼빈'
“칼빈, 히브리어 원문 성경에 충실한 번역 추구”
2007년 08월 01일 (수) 13:41:26 김은홍 기자 amos@kidok.com

   
  ▲ 국내 칼빈 연구자들이 한국칼빈학회에서 지난해 열린 세계칼빈학회의 주요 논문들을 논평하고 있다.  

단어의미 분석, 히브리어 문법가 존중, 본문 정황 중심으로 주석 작업 진행

① 존 헷셀링크의 '칼빈의 신앙교육서들에 나타난 교리'

② 아키라 데무라의 '칼빈과 아 라스코의 교회법령 비교연구'

③ 박쿠스의 '칼빈, 거룩한 영웅인가? 가장 나쁜 기독교인인가?'

④ 빈 얀서의 '칼빈의 성만찬 신학의 새 해석'

⑤ 레이몬드 멘처의 '이론을   실천으로:  프랑스교회에  나타난 칼빈의 교회론'


제9차 세계칼빈학회가 지난 2006년 8월 네덜란드 엠던에서 열렸다. 기독신문은 이미 4회에 걸쳐 당시 학회에서 발표된 주요 주제논문들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연재와 동일한 주제로  한국칼빈학회(회장:이양호)가 7월 16일 정례 발표회를 가졌다. 여기서 발표된 논평들을 지난 연재에 이어 줄여 소개한다.      <편집자 주>


독일어로 된 피터 오피츠 박사(Dr. Peter Opitz, Zurich)의 논문 원제목은 “Calvin als Bibelubersetzer am Beispiel seines Psalmen-kommentars”(시편 주석서를 통해 본 성경번역자로서의 칼빈)이다. 오피츠가 칼빈을 성경번역자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성경을 많이 번역했기 때문이 아니라, 성경 주석 작업을 하면서 성경번역의 과정에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오피츠는 특별히 칼빈의 시편주석에 연구를 한정한다. 히브리어 원어성경으로부터 자국어로의 번역뿐만 아니라 당시의 학문적인 언어인 라틴어로의 번역도 종교개혁에 생명력이 불어넣었다.
 
칼빈의 주석 작업에는 히브리어 성경 번역작업과 관련된 세 가지 줄기가 있었다. 첫째는 취리히를 중심한 쯔빙글리에서 유드, 비블리안더와 펠리칸을 연결하는 줄기와, 스트라스부르를 중심한 마르틴 부처를 연결하는 선과, 빠리와 즈네브를 중심한 스테파누스를 연결하는 선이다.

칼빈은 히브리어 원문에 충실하는 원칙(hebraica veritas)을 가지고, 단어의 의미의 분석, 히브리어 문법가들에 대한 존중, 성경 내에서의 단어 사용 문제, 본문의 정황 등을 중심으로 번역과 주석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오피츠는 칼빈이 실제로 주석 작업을 진행한 과정을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제시하였다. 칼빈은 주석과 번역 과정에서 문법적이고도 역사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신학적 차원도 매우 중요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피츠는 칼빈의 성경주석과 번역에 대한 지평과 요약으로 이 논문을 마친다. 

신학적 차원에 대한 것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칼빈이 자신과 동시대에 살았던 인문주의자들과 유대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능하게 했던 전체적인 지평에 대한 언급들이다. 칼빈이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들이 유대 랍비 학자들이든 가톨릭·유대학자들이든 개신교·인문주의자이든 상관없이 진리의 말씀인 히브리어 성경으로부터 살아있는 말씀을 들으려고 했다. 칼빈은 무시간적인 사전적 의미보다는, 문법, 단어의 의미 영역, 생동감, 역사적이고 상황적인 사용 등을 고려하였는데, 이것을 통해 우리는 근세 초기의 역사이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칼빈이 시편 주석서에서 제공하고 있는 해석학적 지평은, ‘하나의’ 성경이 하나님의 선택, 계약, 돌보심을 증거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시간 안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편이 제공하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증거가,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도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도적이고 성례전적인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모든 시대를 파고드는 하나님의 화해의 말씀, 그리고 언어는 다양한 형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문학적 지식에 대한 확신을 통해 칼빈은, 히브리어 원문 성경 번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각각의 본문들을 “실제적인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지평을 열었다. 이것은 당시의 신학적인 근거들과 본문의 정황조차도 뛰어넘는 것이다. 이것은 각 단어들의 기독교적인, 종말론적인 “초월적인 해석”이 번역의 지평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수 백 년 간 이루어졌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칼빈은 많은 표현들을 매끄러운 해결이 안 된 상태로 놔두었다. 이렇게 놔둠에도 불구하고 어떤 가치 있는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그는 믿은 것이다.

오피츠는 번역자로서의 칼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면서 자신의 논문을 마무리했다.

① 칼빈의 번역은 그 본문이 생성된 다양한 정황을 고려했다. 그의 시편 번역은 인문주의적·개신교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는데, 원어의 의미에 관한 한 동시대의 많은 다른 학자들의 의견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고 하였다.

② 칼빈의 번역을 그가 참조하였던 다른 번역들(불가타, Jud, Pagninus, 부처)과 비교하여 볼 때, 그는 히브리어 본문으로부터 직접 번역한 독창적인 번역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려고 노력하였는데, 이것은 주석 작업에서 중요한 자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③ 칼빈은 자신의 히브리어 실력과 자신이 사용했던 훌륭한 참고자료 등을 통해서, 그 스스로 판단을 형성할 수 있었다. 

④ 칼빈의 번역이 당시의 다른 번역들보다 ‘더 좋았는가’라는 질문한다면 답변하기 어렵다.

⑤ 번역하기 아주 어려운 부분의 경우, 칼빈은 이에 상응한 토론을 전개하고 있고 가끔씩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게 번역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오늘날에도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⑥ 칼빈 번역의 독창성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가 최대한 짧게, 그리고 최대한 정확하게 번역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는 번역문과 이에 따른 주석을 가능성에 따라 배열하였고,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본문의 정황을 소개하였는데, 그 부분을 다룸에 있어서 언어적이고 문법적인 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려고 하였다. 본문의 정황에 가까운 번역은 영적으로 깊은 의미를 깨닫는 데 도움을 준다.

⑦ 칼빈은 성경이 어떻게 이해되는가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가졌다. 그는 번역에 있어서 단지 하나의 가능성, 즉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경우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석서에서 결코 그것 하나만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후기” 칼빈 역시도 자신의 번역문을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겸손하게 내놓았고, 그것을 가지고 기꺼이 토론하기를 원했다.

 

논평=최윤배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조직신학